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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이채공간</title>
<link>http://www.ichae1982.com/tts/index.php</link>
<description>다름을받아들이는세상을꿈꿉니다.</description>
<language>ko</language>
<pubDate>Sat, 12 May 2012 10:52:16 +0900</pubDate>
<item>
<title>이런 게 사는 거지</title>
<link>http://www.ichae1982.com/tts/index.php?pl=2791</link>
<description><![CDATA[ .<br />
또 다시 기침이 시작되었다. <br />
작년부터인가, 딱히 원인을 꼽을 수 없는 기침이 한달동안이나 지속되었다. 마른 기침이 나오고 한번 시작되면 점점 심해지고 밤이면 또 심해지고. 기침을 계속 하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지는데 밤에 잠을 못자는 게 진차 괴롭다. 잠이 들 만하면 기침이 터져나와 잠을 설치는 때가 많았다. <br />
도라지청을 먹고 배즙을 데워 먹으며 부산을 떨다가 이유없이 왔던 것처럼 기침은, 이유없이 갔다. <br />
그랬던 것이 또 다시 시작된 것이다. <br />
나는 내심 긴장했으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대수롭지 않은 척하기로 했다. 내 몸도 그래주길 바란다. <br />
<br />
.<br />
가끔 춤을 추다 불평 아닌 불평을 듣는다. 아니, 투정이라 해야 더 가까울 것이다. <br />
자신과는 바차타를 출 때 왜 클로즈드 포지션을 하지 않는지, 왜 자신과는 눈을 맞추지 않는지 뭐 이런 것들. <br />
사실 이런 생각은 당연히 할 수 있는 건데 이걸 말로 내뱉을 수 있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다. <br />
어떤 리더는 부득이 팔에 힘을 주어 자신을 밀어내는 내게, 저렇게 물었다. 당신과 클로즈드 포지션을 하지 않는 이유는 열 가지쯤 된다. 당신을 처음 보았기 때문에, 무작정 몸을 붙이고 드는 당신의 태도가 싫어서, 당신에게는 텐션이 없어서, 음악과 어울리지 않아서, 당신에게 담배 냄새가 나기 때문에, 당신의 티셔츠가 땀으로 젖어있어서, 그리고 이 모든 이유를 이기는 그냥. 사람이 좋고 싫은 게 딱히 이유가 없을 때처럼 춤도 비슷하다. 이 사람과의 춤이 좋고 싫은 데 뚜렷한 이유를 댈 수 없을 때도 있는 것처럼 내가 당신과 클로즈드 포지션을 하지 않는 것 역시 그렇다. <br />
그런데 그걸 물으시니 나는 무어라 하나요. 웃으며 대답을 않고 피하려니 몇 번이고 묻는다. 춤출 때 차별 받는 것 같아서 싫단다. 아. 나는 순간 동작을 멈출 뻔했다. 매일처럼 보고 듣는 '차별'이라는 단어를 예기치않은 시간과 장소에서 마주치니 그렇게 낯설 수가 없다. 차별이라는 단어가 이렇게도 쓰일 수 있구나. 가벼운 문화 충격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차별의 새로운 용법과 함께 나는 별안간 차별'하는' 자가, 그는 차별'받는' 자가 되었다. 이래서 싫다고, 이래서. <br />
낯을 가려서요- 가장 무난한 대답을 해주니 그는 많이 춰서 빨리 친해져야겠다고 한다. 저기요, 이보세요.<br />
<br />
어제는 한 리더가 왜 자신과 출 때는 눈을 내리깔고 표정도 잔뜩 굳힌 채 추냐고 물었다. <br />
아니, 그게 그러니까 제가 낯선 사람과 출 때는 원래 그래요. 긴장하기도 하고 당신의 움직임과 텐션에 집중하느라 표정이 굳기도 하고 눈을 맞추는 건 엄마랑도 어색하잖아요 그래도 내가 당신에게 집중하고 있으니까 그걸 느껴주면 좋을텐데. 그리고 내가 지금 간간이 눈을 맞추고 말을 주고받고 웃고 하는 사람들은 나랑 3, 4년 이상씩 춘 사람들이라구요 주절주절- <br />
<br />
도대체 이런 걸 왜 물을까. <br />
<br />
그게 싫으면 나랑 안추면 그만이다. <br />
여긴 강의실도 아니고 모두와 공평하게 춤을 춰야 하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br />
당신도 안그러잖아 여기 있는 모두와 즐겁게 춤추는 거 아니잖아. 당신이 즐겁게 춤을 출 수 있는 상대가 있고, 아닌 상대가 있고. 춤을 잘 추지만 왠지 안맞는 사람이 있고, 춤은 못추는데 왠지 흥이 나는 상대가 있는 것처럼 나도 그런가보지. 그런가보다 하면 되고, 그게 안되면 나랑 추지 않으면 그뿐이고 내가 왜 이런저런 이유를 핑계처럼 주워삼기고 있어야 하나. 그런 생각에 입을 다물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무례한 팔로어가 되어버린다. 별 수 없지. 내 생각엔 질문이 무례한데 결국에 무례한 건 나지. 내가 그걸 여기서 따지고 있으면 뭐해. 그런 거 좀 쉬려고 춤추러 오는 건데. 나는 그냥 무례한 사람이 되는 쪽을 택한다. <br />
<br />
.<br />
그렇지만 난 늘 무례한 건 아니고, <br />
가끔은 이렇게 다정하게도 말할 줄 아는 사람.<br />
<br />
.<br />
소셜 댄스는 함께 추는 춤이잖아요. 상대에게 모든 걸 맞출 필요도, 상대를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도 없어요. 몇 가지만, 지켜주시면 좋겠어요. <br />
<br />
둘 중 춤이 익숙치 않은 사람에게 맞추어 춥시다. 원턴이 안되는 팔로어에게 투턴, 쓰리턴 시키지 말아주세요. 상대는 자신이 어려워하는 동작의 신호를 줄 때 본능적으로 긴장하게 된답니다. 그러면 춤을 즐길 수 없지요. 더욱 긴장해서 당신의 신호를 더욱 알아듣지 못하게 될 수 있고, 그러면 둘의 춤이 엉망이 되어버릴 수 있어요. 게다가 위험하기까지 하죠. 휘청거리다 다른 사람과 부딪히기라도 하면 다칠 수도 있어요. 상대와 여러 번 춤을 춰보았고, 상대가 비틀거리더라도 턴을 도는 걸 연습처럼 즐기고 있다면(좀더 정확하게 하자면 그렇게 말했다면- 그러니까 그런 말을 할 정도로 친하지 않다면 상대는 웃고 있어도 웃는 게 아닐지 몰라요)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번 턴을 돌리면 나를 조련시키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수 있거든요.  <br />
그리고 이런 상황에 있는 팔로어들이 죄 지은 사람처럼 미안해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춤에 익숙치 않은 건 죄가 아니죠. 누구나 다 그렇게 시작하고 플로어에서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저 사람도 어떤 면에서는 그런 지점을 지나고 있는 것이에요. <br />
<br />
반대로 리더가 더 춤에 익숙치 않은 경우.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저는 새로 배운 동작을 나와 연습하는 느낌이 들어도 개의치 않습니다. 제가 가끔은 친절해져서 카운트를 하며 박자를 맞추기도 하는데요. 다만 박자에 맞추려고 무리하게 내 팔을 잡아당기거나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파요. 아픈 건 싫어요. 정 그 동작을 하고 싶다면 박자가 좀 흐트러져도 천천히 해보는 건 좋아요. 내가 그 다음 박자까지 그 동작을 끌어서 할 수도 있고, 오히려 재밌을 때가 있거든요. <br />
<br />
익숙치 않은 리더고 팔로어고간에 상대가 얼마나 날고 기는 고수라도 고마워하되, 황송해하진 맙시다.<br />
<br />
춤에 익숙치 않은 건 죄가 아니지만 공간을 함부로 쓰는 건 죄에요. 전 그렇게 생각해요. 하도 공간, 공간 해대니 내가 마치 공기 박진영 선생이 된 기분이 들지만 중요한 건 중요한 거니까요. <br />
이 공간을 많이 쓰는 리더도 있고 팔로워도 있어요. 저도 때로는 공간을 엄청 잡아먹는 팔로어가 되기도 하죠. 그런 리더와 춤을 출 때는. <br />
상대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그럴 수 있는데 제가 말하는 이 공간은, 처음 춤을 출 때 확보했던 공간입니다. <br />
내가 여기 서고 당신 커플이 저기 서기로 했으면 각자의 공간만큼은 지키자는 것이지요. 나와 상대의 사이에 당신의 팔로어가 끼어든다거나 자꾸 이쪽으로 밀고 들어와 내가 움직이고 있던 공간으로 내가 갈 수 없을 때, 나는 이런 걸 말하는 겁니다. 이런 건 죄에요.<br />
기본적으로 공간이 큰 리더나 팔로워들이 있는데(사실 공간 점유를 결정하는 건 대부분 리더들이지만 가끔 유난히 공간이 큰 팔로워들도 있긴 하더라고요) 그것도 그 정도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때 이야기지, 그게 안된다면 내 팔다리가 반절이 됐다 생각하고 구부려서라도 추세요. <br />
<br />
서로 붙어서 몸을 움직이는 거니 기본적으로 주의해야 할 것들도 있지요. 담배 냄새나 음식 냄새 등 불쾌한 체취가 나지 않도록 할 것, 옷이 땀에 젖었을 경우 다른 옷으로 갈아입거나 잠시 춤을 쉰다거나 지나치게 불쾌한 기분이 들 정도로 몸을 밀착시키지 않는다거나(아, 둘이 합의한 거면 플로어에서 섹스를 하든 말든 제 알 바는 아니고요) 그리고 화장실을 다녀오면 손을 씻으세요. 왜 화장실을 다녀올 때 손을 씻지 않는 거죠. 나는 당신들과 손을 잡고 춰야 하는데. 아 정말 이런 거까지 말해야 하냐고, 유치원에서 안배워? 외출하거나 화장실을 다녀왔을 때, 음식을 먹고났을 때 등등 손을 자주 씻으라고. 화장실에서 손을 씻는 내 등 뒤로 그냥 나가는 남자들이 춤을 신청할 때 나는 정말 진지하게 고민한다. 저 손을 잡을 것인가. 상대의 손이 너무 찝찝한 느낌이 들어 춤을 추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아 근데 정말 내가 이런 말까지 해야 돼, 진차 내가 손도 못씻는 이런 것들이랑 뭘 한다고. 쓰다 보니 열 받는데 공간이고 텐션이고 그 전에 손 씻으라고, 손! <br />
<br />
.<br />
다정은 개뿔, <br />
손도 안 씻는 것들에게 친절은 뭐고 다정은 다 뭐란 말인가. <br />
<br />
여기까지 쓰고 나니 문득 어제 췄던 뭣 같았던 리더도 하나 떠오르네. 바차타를 신청하는데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고, 별로 추고 싶지 않은 느낌이었다(내 필이 아닐 것 같은. 이런 느낌적인 느낌, 다들 있잖아요) 그래도 거절할 수 없어서 춤을 추는데 자꾸 몸을 붙이려 하고 내가 힘을 주니 어쩌지는 못하고(그도 재미가 없었겠지) 그냥저냥 춤을 추다가 바로 옆에서 몸을 잔뜩 밀착한 채 추는 친구에게 "좋냐?"하고 묻는데 정말 손을 확 놔버리고 오고 싶었다. 나는 춤을 출 때 리더가 다른 친구들과 히히덕거리거나 장난을 치는 걸 안좋아하는데 그 말은 정말 어감이, 더러웠다. <br />
내가 춤추러 와서 이런 꼴도 봐야 한다. <br />
이게 사는 건가, <br />
<br />
.<br />
기본만 지켜주세요. <br />
제가 이래뵈도 다정한 분들에게 약해요. 겉으론 무표정하지만 속으로 감동하고 일기장에 쓰기도 하고 그런다고요. 내가 그런 사람이에요, 네? 아시기나 하냐고요. <br />
<br />
그 와중에도 다정한 분들은 어찌나 다정하신지, <br />
이런 게 사는 거지. 안그래요?]]></description>
<category>tango o nada</category>
<author>ichae</author>
<pubDate>Sat, 12 May 2012 10:50:33 +0900</pubDate>
</item>
<item>
<title>이 또한 지나가리라</title>
<link>http://www.ichae1982.com/tts/index.php?pl=2790</link>
<description><![CDATA[ <div class=q>▪ '민감한 사람들'은 똑같은 상황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빨리 지치고, 타인과의 교류를 힘겨워하고, 사소한 일에 더 많이 집착하고, 트라우마도 쉽게 입는다는 것이다. 직감이 발달하여 위험을 빠르게 감지하기도 하지만, 본래 '내향성'이라는 용어와 혼동되어 쓰인 만큼 과부하한 감정과 감각을 처리하기 위해 자기 주변에 벽을 쌓고 스스로를 가둘 필요를 절실히 느낀다.<br />
<br />
▪ 그 대상을 자신이 맞서 싸워봄직한, 안전하다고 믿는 어른 중에서 선택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겨루어도 힘이 밀리지 않고, 그토록 으르렁대며 맞부딪힌 뒤에도 안전하게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낯선 세상과 맞서는 일이 두렵지 않아진다. 문제는 싸움이 아니라 싸움을 하지 못하거나 안 하는(잃을 것이 두려워 결국 못 하는) 것이다. 정말로 마음의 병이 깊은 아이들은 대부분 온순하고 공손하다. 슬프도록, 평온을 가장한다.<br />
<br />
▪ 그것을 억누른 채 점잖고 의젓한 '작은 어른'을 흉내내는 동안 아이의 가슴에 검고 푸른 멍이 든다.<br />
<br />
▪ 나를 만날 때마다 자기가 더 이익이란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것보다 자기가 나를 훨씬 좋아하기 때문에 만날 때마다 자기가 더 행복하고 그래서 자기가 더 이익이란다. 어린애같이 환한 얼굴을 하고서. 난 내가 자기를 더 좋아한다면 손해보는 것 같은, 억울한 기분이 들었을텐데.(<얘들아, 너희 아빠는> 중에서 발췌)<br />
<br />
▪ 화를 붙잡고 있는 것은 그것을 누군가에게 던져버릴 요량으로 뜨거운 석탄을 쥐고 있는 것과 같다. 화상을 입는 것은 당신이다.<br />
<br />
▪ 나도 '성공'하고 싶다.<br />
하지만 내가 말하는 성공이란 하고 싶은 일을 모조리 다 할 수 있는 상태를 일컫지 않는다.<br />
내가 진정으로 이루고픈 성공이란 바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br />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이자 힘이다.<br />
<br />
▪ 뱃심이 강하면 슬픈 일에 '너무' 슬퍼하지 않고 기쁜 일에도 '너무' 기뻐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때때로 마음보다 몸을 더 믿는다.<br />
<br />
▪ 힘은 길러지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작은 힘이 쌓여 큰 힘이 된다. 어제의 고난과 역경이, 고통과 상처가 어느 한순간 힘이 된다. </div><br />
<br />
김별아가 아들과 아들이 다니는 이우학교의 백두대간 종주 동아리에서 산행을 하며 남긴 기록이다.<br />
<br />
오래 전 여자 열 명이서 올랐던 지리산의 기억이 내내 함께했다. 밤차를 달려 지리산에 도착했을 때는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캄캄한 새벽이었다. 도시에서 서른해를 살아온 나는 완벽한 암흑이 낯설었다. 그 와중에 우리는 컵라면을 먹고 뒷정리를 하고(뒷정리를 제대로 했는지조차 알 수가 없었다) 서로의 헤드랜턴을 유일한 불빛삼아 산에 오르기 시작했다. <br />
날이 밝고 다시 해가 떨어질 때까지 쉴새없이 걸었고 친구들은 끊임없이 수다를 떨거나 잠잠해지기를 반복했고 나는 열심히 먹고 마셨다. 장터목 산장은 붐볐고 우리는 지는 해를 바라보며 저녁을 먹었다. 물이 귀해 이를 닦는 것 외에는 제대로 씻을 수 없었는데 공기가 좋아선지 땀을 흘리고도 찝찝하지가 않았다. 친구 말마따나 공기가 맑아서인 것 같았다. <br />
그 다음날 다시 칠흑같은 어둠을 짚어 정상에 올랐다. 일행인지 아닌지도 구분할 수 없고, 당장 한발짝 앞도 뵈지 않는데 무슨 용기로 거길 올랐을까 모르겠지만 아마도 잠이 덜 깬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 <br />
일행 혹은 그날 산에 함께 오른 수많은 사람들(그 중에는 이재오와 엄홍길도 있었다) 중의 은덕으로 일출을 보았고 기념 사진을 몇 컷 찍은 다음 다시 또 하염없이 내려왔던 기억.<br />
<br />
기쁜 일에 슬픈 일에 힘든 일에 조금씩 덤덤해지는 것이 뿌듯하면서도 안쓰럽기도 했는데 뱃심이 쌓여서 그런 거였구나. 그런 거일 수도 있겠구나.<br />
<br />
김별아의 소설은 그렇게까지 좋은 줄을 몰랐는데 산문집에 반해버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description>
<category>2012 books</category>
<category>ichae-books</category>
<author>ichae</author>
<pubDate>Sun, 06 May 2012 22:50:50 +0900</pubDate>
</item>
<item>
<title>달의 바다</title>
<link>http://www.ichae1982.com/tts/index.php?pl=2789</link>
<description><![CDATA[ <div class=q>▪ 이렇게 얼마든지 속일 수 있는 것이다. 가족이라 해도, 낭떠러지 같은 절망 속에 있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은 듯 , 별일 없는 듯.<br />
<br />
▪ "그렇게 치면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떨어졌어. 제일 붙고 싶었던 데에서, 여자가 되는 데에서 떨어졌다고. 넌 내가 떨어진 데에 붙었잖아. 그런데 왜 이렇게 요란이야?"<br />
<br />
▪ "저래 보여도 내 하나밖에 없는 딸이다. 조심하도록."<br />
"예, 아버님."<br />
"이건 뭐 누구 하나 용돈 주는 사람이 없네."<br />
아버지는 내 말을 무시하고 돌아서서 가버렸다.<br />
<br />
▪ "미안. 나는 곧 이애를 낳을 거랍니다."<br />
<br />
▪ 하지만 고모는 조금도 상처입지 않았다. <br />
나는 언제나 이 부분을 흥미롭게 돌이켜보곤 한다. 고모는 그 전쟁 같던 시절에,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이면서도 자존감에 조금도 상처를 입지 않았다. 오히려 할아버지의 분노가 건강에 미칠 영향을 심각하게 걱정하곤 했다.<br />
<br />
▪ 방금 전까지 나와 같이 쓰러질 것처럼 웃어대다가도 다음 순간 창 밖을 보며 입을 다물어버리는 것이다. 마치 평생에 걸쳐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br />
<br />
▪ 어떤 사람과 좁은 공간에 오랫동안 함께 있으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상대방과 내가 한 팀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br />
<br />
▪ "왜 할머니한테 가짜 편지를 쓴 거야?"<br />
"즐거움을 위해서. 만약에 우리가 원치 않는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거라면, 그런 작은 위안도 누리지못할 이유는 없잖니."<br />
<br />
▪ 우리는 점심으로 싸온 것들을 늘어놓고 정복하듯이 하나하나 먹어나갔다. 좋은 음식을 먹고 있으면 앞으로 힘든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br />
<br />
▪ 아무리 노력해도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을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았다.<br />
<br />
▪ "세상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야."<br />
<br />
▪ "생각처럼 나쁘지는 않은데 늘 우리의 밑그림을 넘어서니까 당황하고 불신하게 되는 거야. 이렇게 네가 나를 보러 와준 것처럼 기대 밖의 좋은 일도 있는 거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는 거고. 고모는 그걸 알기 때문에 세상에 빚진 것이 없어."<br />
"그래서?"<br />
"자유지."<br />
<br />
▪ "작가들은 내가 아는 최악의 인간들이야. 소설가들은... 그 중에서도 최악이지. 네가 그 안에 끼지 못할 이유가 뭐야?"</div><br />
<br />
따뜻한 바닷물 속에 몸을 담그고 잔잔한 파도를 따라 살랑살랑 떠다니다 온 것 같다. 정한아, 달의 바다. 12회 문학동네 작가상 수상작.]]></description>
<category>2012 books</category>
<category>ichae-books</category>
<author>ichae</author>
<pubDate>Sun, 06 May 2012 22:33:19 +0900</pubDate>
</item>
<item>
<title>생각의 일요일들</title>
<link>http://www.ichae1982.com/tts/index.php?pl=2788</link>
<description><![CDATA[ ▪ 나는 불리한 내 삶을 책임지면서 살 뿐이야. 이런 불리한 조건으로 굳이 시스템 안에 들어가서, 불량품이라고 모멸받으며 살고 싶진 않아. 내가 졌다거나 굴복했다고 생각하지 말아줘. 피한 것도 아니야. 나는 내 방식대로 삶을 선택한 것이고, 거기 당당했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해.<br />
<br />
은희경의 <소년을 위로해줘>를 보았고 이어서 그이의 산문집을 보았다. 처음 낸 산문집이고 둘 다 가볍고 유쾌한 마음으로 썼다고 한다. 핏이 딱 떨어지는 스키니진과 하이힐을 즐겨신던 작가가 헐렁한 티셔츠와 운동화의 매력에 눈을 뜨기 시작한 느낌이다. 그냥 내 느낌이 그렇단 얘기다. <br />
<br />
나는 은희경이라는 작가에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 찾아보니 올해로 쉰넷이다. 의외로 등단 나이가 꽤 늦다 생각했는데 직장을 다니다 삼십 대 중반에 삶에 속았다는 생각에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소설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불현듯 찾아오는 것인가보다.]]></description>
<category>2012 books</category>
<category>ichae-books</category>
<author>ichae</author>
<pubDate>Sun, 06 May 2012 22:24:59 +0900</pubDate>
</item>
<item>
<title>사랑합시도</title>
<link>http://www.ichae1982.com/tts/index.php?pl=2787</link>
<description><![CDATA[ .<br />
게시판 어디선가 '픽업 아티스트'라는 말이 있길래 뭔가 하고 찾아봤다. 해석해보자면 작업 기술자쯤? 픽업 아티스트 블로그도 있다. 요것 봐라. '번호 따는 법'이라는 동영상이 있길래 그래 너넨 번호 어떻게 따니 싶어 클릭해봤더니 가관도 이런 가관이. <br />
삐끼스러운 남자가 불쑥 다가서더니 클럽은 언제 왔냐고, 저녁은 먹었냐고 그러면서 번호를 딴다. 남자는 제가 꽤나 노련하고 괜찮아보이는 줄로 알고 계속 말을 하는데 정말 말 그대로 "껄떡거리고 있다". 여자들은 예의로 그러는지, 반쯤 장난으로 그러는지 대충대충 대답하고 웃고 그러는데, 저게 작업 성공한 거야? 번호는 따긴 땄지. 뭔가를 찍어주긴 했으니까. 그런데 그 번호로 전화 한번 걸어보라고 하고 싶네. 빤히 보이는 것들이 "남자들" 눈에는 안보임미까? 어떻게 안보이지? 눈이 있는데, 멀쩡하게 두 눈 박혀있는데 왜 보지를 못해, 왜 보지를 못하냐고. 내가 다 민망하고 안타까워 눈물이 난다. <br />
<br />
픽업 아티스트고 뭐고 됐고, 너네 '작업'이란 단어 뜻은 알고 사냐.<br />
<br />
.<br />
타임라인에서 모든 형태의 사랑을 지지한다는 말을 봤다. 그것이 불륜이든, 다자연애든, 동성애든, 이성애든. 근친간의 사랑도. 다종다양한 사랑과 연애를 인정할 수 있다/해야 한다는 입장인데 근친간의 사랑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해서 좀 생각을 해봤다. 주변에서 본 적이 없고  당장 내가 "사랑"에 빠질만한 가족 구성원이 없어 잘 그려지진 않지만 뭐 그것도 그럴 수 있지 않겠나 싶다. 근친간의 폭력이 문제지, 사랑은 언제 어디서도 문제가 아닌 것 같다. <br />
<br />
.<br />
사랑이란 허울을 쓴 폭력이 많다는 것이 함정.<br />
<br />
.<br />
이를테면 일부 기독인들의 사랑도 참 가이없지.  <br />
이들은 레이디 가가의 공연이 마치 멸망의 징조라도 되는 양 호들갑을 떠는 모양이다(너넨 늘 그랬지). 어떤 분은 비장하게 트윗을 하셨더라구. 전날 밤 진노의 잔이 잠실주경기장을 덮는 불길한 느낌이 들었대.. <br />
<br />
<br />
꼴갑한다 진차. <br />
그래서 내가 지난 밤 꿈자리가 그렇게 뒤숭숭했어. 이런 인간이 이딴 트윗이나 날리고 있으니까. 잠을 거의 못잤다고. 하루 9시간 수면을 철칙으로 삼는 내가 자다 깨다 자다 깨다, 응? 이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알고나 있어? <br />
<br />
진노의 잔은 무슨, 가가 공연 보며 한 잔 하려던 하나님이 저런 트윗 보고 진노해 잔을 엎을 듯. 너 이 새끼 레이디 가가도 내가 만들었어 어디서 내 피조물에 간섭질이야, 하면서. <br />
<br />
아니, 안그래요? 하나님은 한 점의 부족함과 잘못이 없는 절대적인 존재라면서요. 하나님이 다 만들었다매. 그럼 하나님이 레이디 가가도 만들고 동성애자도 만들고 양성애자도 만들었겠지. 하해와 같은 관대함으로 당신 같은 멍청이도 만들었어. 모든 존재에 하나님의 뜻이 있다, 그런 거 몰라? 안들어봤어? 왜 목사님이 그런 말씀은 안해주시디?<br />
<br />
하나님이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아끼라고 했잖아. 그러면 사랑해 좀. 동성애자도 양성애자도 트랜스젠더도 사랑해. 아니 왜들 그렇게 사랑하고 존경하는 하나님을 못믿어서들 안달인지. 그분의 뜻은 늘 우리보다 조금 더 위에 있다잖아요. 그냥들 좀 믿으세요.  <br />
<br />
정 이해가 안되면 그럼 그냥 외워. 원주율 3.14처럼 그냥 외우세요. 그런 거 잘하잖아 당신들. 마음 말고 머리로 달달 외우는 거. 잘하는 거들 하시라고. <br />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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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하나님이 이웃을 사랑하라 했으니 나도 좀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말해보자. <br />
사랑이 정녕 안되겠으면- 그냥 미워해. 미워하는 것뿐인데 옳다 그르다 정의다 원칙이다 이런 거 갖다붙이지 말라고. <br />
그냥 미워하는 거야 당신들은. 당신들의 깜냥이 너무 좁고 볼품없어서 자기와는 다른 종자는 못견디는 것 뿐이라고. 착각하지들 마세요. <br />
미워하는데 입만 좀 닥치고 있어. "운좋게" 예수쟁이 나라에서 "운좋게" 이성애자로 살아가고 있는 이 생에 감사 기도나 올리고 입 다무시라고. 예수의 이름에 숨어서 당신들의 더럽고 못난 바닥을 다른 사람들에게 함부로 던져버리지 마. 그거 당신들 권리 아냐. 생각 좀 하며 살라고 하나님이 당신에게 머리라는 걸 주셨어.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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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런 사람들은 예수쟁이 나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 태어났다면, 이성애가 아닌 양성애나 동성애 혹은 무성애가 대다수인 곳에서 태어났다면 또 그 주류의 "원칙"을 내세워 소수자들을 탄압하고 나섰을 거야. 손가락질받고 핍박받으면서도 예수와 이성애의 신념을 버리지 못하고.. 에이 안그럴 거야, 그치?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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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하나님 말씀 공부하기 전에 당신들이 진차 이성애자인지 한번 생각해보면 좋겠어. 언제부터 이성애자가 되었는지, 언제 이성애자가 되기로 했는지. 마음에 드는 동성을 못만나봐서 그런 거 아닌지, 내가 정말 괜찮은 동성을 만난다면 그와 자본다면 혹시 알아, 내 성향이 바뀔지. 그런 거들 좀 생각해봐봐.<br />
우린 참 생각들을 안하고 살아. <br />
그게 편하긴 해, 그치?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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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가 그랬대잖아. 한놈이라도 더 만나봐야 한다고. <br />
그 말이 정답일세. <br />
아니 왜 사랑하고 작업해도 모자랄 시간에 미움과 증오의 나날들을 보내며 삽질들을 하시냐고요.<br />
덕분에 나도 지금 이 좋은 봄날에 분노의 블로그질을 하고 있고. <br />
레이디 가가 어쩌고 동성애 교화 어쩌고 할 시간에 사랑들 좀 하세요. 연애도 하고 섹스도 하고, 괜찮은 사람 보이면 작업도 해보고. 정 작업이 어려우면 저렇게 되도않는 픽업 아티스트 영상이라도 보면서. 저 사람들, 어이없긴 하지만 나름대로 눈물겹게 노력하고 있잖아. 제 쓰레기는 스스로들 처리하면서 살자고요. 도의적으로다가.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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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거를 못하고 사니까 사람들이 다 이상해져가지고, 일은 막 12시간씩 해대고 헌금은 많이 할 수록 좋다고 하고 교회 나오면 모든 죄를 다 사해준다 하고 하나님 이름으로 왠갖 사탄들이나 할법한 짓을 일삼으면서. 목사는 신도들에게 팬티나 내리라 하고 교회는 마구 몸집을 키우고 구 서울시장 현 대통령이란 새끼는 서울을 지멋대로 하나님한테 바치네 마네, 야 서울이 니 꺼냐? 니 꺼야? 일하라고 뽑아놨더니 지 맘대로 봉헌을 해? 아 진차 짜증돋네. 개념이 없어도 정도껏 해야지. 양심도 없어 정말. <br />
뭐야, 나 이거 대통령 깠으니까 사찰 당하는 거야? 사찰해라 사찰해. 마포구 망원동 6년차 주민에 일개 블로거, 일개 시민 뭐 이렇게? 페미니스트라는 거 빼먹지 말고 써라.<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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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좋은 날에 맛난 아침 먹고 열을 올리고 말았네.<br />
일부 기독교인님들 덕분에. <br />
왕자가 된 소녀들 후기 쓰면서는 살랑살랑 신이 났는데 말이야. <br />
나는 그냥 좀 알았으면 좋겠다. 당신들 존재 자체가 공해라는 걸 말이야.]]></description>
<category>ichae-fem</category>
<author>ichae</author>
<pubDate>Sat, 28 Apr 2012 12:32:58 +0900</pub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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