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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마법,
tango o nada | 10/08/29 22:10
그런 말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가 없다

생리통으로 바닥을 구르다가 의연히 일어나 바로 향한 나는,
다섯 시간이나 지칠 줄 모르고 춤을 추었다
진통제도 핫팩도 필요 없었다
춤을 추는 내게는,

그저 음악과 상대만으로 충분했다

춤을 출 때마다 확인하는 것은
나와 상대와 음악만이 있다가
그 모든 것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그런 마법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실
게다가 그리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다니
많은 돈을 들여야 하는 것도 아니고
흑마법 같은 술수를 익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정말,
매력적이지 않은가

좋은 사람은 틀림없이 좋은 글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좋은 사람은 틀림없이 좋은 춤을 춘다고 믿는다.
그 역이 성립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춤을 추면, 원치 않더라도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쯤 들여다보게 된다
그게 그 사람의 전부는 아니어도 분명한 일부이긴 하다
자신에게 없는 것을 춤을 추며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그럴 수도 없다
그저 조금쯤 스텝을 밟을 줄 아는 것 뿐이면서 온갖 거드름을 피우며 손가락으로 리드하는 인간도,
흥이 난다고 괴성을 질러대며 춤을 추는 인간도,
텐션도 없고 일면식도 없으면서 무조건 클로즈드 포지션을 하려 드는 인간도,
베이직만으로도 춤과 음악의 아름다움을 즐길 줄 아는 인간도,
정말 잘 추면서 늘 겸손하게 웃는 인간도,
자신의 리딩이 만들어낼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해 아주 좁은 공간에서도 물 흐르듯 리드를 하는 인간도,
스텝이 흐트러졌을 때 먼저 웃으며 사과하는 인간도,
늘 상대를 배려하여 상대의 수준에 맞는 춤을 즐기는 인간도
다 제 안에 있는 걸 끄집어낼 따름이다.

나 역시 미욱한 춤을 추어댈 뿐이고,

어떤 사람과는 한 곡의 춤도 버겁거나 지루하고
어떤 사람과는 하루에도 열 번을 더 추고 싶고,
결국 상대가 좋고 나쁘거나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는 아니고
나와 잘 맞거나 그렇지 않거나의 문제여서
어떤 사람과 한번 추고 고개를 젓는 실수는 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있다.
어떤 날은 춤이 그냥 그렇고 어떤 날은 아주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아주 좋고 황홀한 날도 있으니까 이런 날도 있는 거지, 하며 무던하게 그 나름대로 즐기게 된다.
처음 춤을 출 때는 "아주 즐거워야 한다"는 강박 비슷한 것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저 주어지는 대로 즐긴다.
사람이 없으면 없는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음악이 좋으면 좋은 대로 맞지 않으면 맞지 않는 대로
그저 받아들이게, 된다.

내게 주어지는 생을 받아들여 즐기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삶의 진리도
나는 춤을 추며 깨치고 납득했다.

생도 춤을 추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흘러가는 것,

바에서 들었던 음악을 찾아 하나씩 듣고 있다
어쩌자고 이 음악들은 이리도 하나같이 슬프고 흥에 겨운지
이 음악들을 귀 안 가득 흘려보내고
이런 아름다운 마법, 에 감사하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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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프로젝트'
ichae-fem | 10/08/22 14:43
나이의 십진법이, 내 생에서 효력을 잃은 지 오래이지만은 그래도 서른을 앞두고 이만큼 걸어온 내게 특별한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스물아홉, 프로젝트'.

그 중 첫 번째였던 누드 그림.
흐릿한 일요일 오후 나는 실 한오라기 걸치지 않고
눕거나 서고 앉았다.
배경 음악은 라 벤타나의 땅고 음악
라 벤타나는 창문, 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나의 깊은 친구 말테여리님이 기꺼이 작가로 나서주었다.


내가 붉은색이 아파보인다 하자
그는 고개를 저으며 위험한 색이라 했다.


누드 그림을 그리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온갖 이미지들-그러니까 우리가 숱하게 보아왔던 선정적이고 상업적인 이미지들-이 퍼뜩 떠올랐다.
과장스럽게 부추겨진 섹시함 따위 내 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저 내가 가장 좋아하고 편안한 자세로 그저 일상의 한 장면처럼
내 몸이 그려지길 바랐다.
작가가 포오즈를 생각하라 했고 몇 가지 생각해보긴 했지만 역시나, 어색하고 이물감이 들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자세들을 취하자, 그렇게 해서 나온 두 번째 작품.
다리 무렵 고양이 한 마리는 작가의 창의적 표현.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어졌지만 묻지 않았다.


작가는 이 그림을 그리다 "다시 그려야겠어"라고 한숨을 지었다. 그림이 너무 슬퍼져서 그렇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이 느낌이 좋았다. 내 자세는 이것과는 약간 다르고 여유롭고 늘어진 듯한 느낌이었는데 그려지고 보니 또 다른 익숙한 자세였다. 이렇게,
웅크리고 울던 나는 정말 내 몸만이, 아는 것이지 터지듯 쏟아지던 소리없는 울음과 우울과 비관이 층층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까.


이건 앞선 그림보단 한결 여유롭고 늘어진 느낌이 묻어난다.
나는 즐거운 모험을 하듯 즐겁고 두근거릴 생각이었는데
그림을 그리는 날 아침부터
막상 그림을 그리면서는
더욱, 묘하게 슬퍼지고 말았다.

그저 몸의 기록, 이라 생각했는데 스물아홉해를 겪어낸 내 몸에 대한 안쓰러움과 고마움, 그리고 말로 할 수 없는 여러 감정들이 절로 배어나왔다. 내가 어찌할 새도 없이.

그래 거기에 다,
있었다 절벽 아래로 미끄러질 것만 같았던 시간, 가장 깊고 검은 우물 안에서 웅크리고 있었던 밤들, 먹을 수 없고 잘 수 없었던 날들, 내 손에 꼭 쥔 손수건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던 새벽, 날벼린 칼 위를 지나는 심정이던 낮들-
나는 때로 잊고 스쳐도 몸은 다 기억하고 있어서 내 몸이 흘려보내는 이 감정에 반쯤은 속수무책인 심정으로, 한없이 슬퍼지고 말았다. 맑고 투명한 푸릇빛 슬픔, 같은 거였다.


나는 왜 이렇게 마음이 슬퍼지는지
작가는 왜 이렇게 그림이 슬퍼지는지
조금쯤 의아했을까
나는 앞모습보다 무방비한 뒷모습을 신뢰하는 편이다
그리고 뒷모습이 훨씬 더, 많은 말을 한다고도 생각한다.


나는 마지막 그림은 보랏빛으로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창가에 기대어 섰다
어떤 꾸밈의 표정이나 자세 없이
그냥 나로, 맨몸으로 섰다.

그래, 그래도 이렇게 걸어와주어 고맙다고.
나는 이렇게 내 두 발로 걸어왔다고
지금도 주저앉지 않고 서 있다고

그림에 채 그려지지 못한 두 발의 여백이 너무 서글프고 애틋하던, 마지막 그림.

한 시간 반 남짓, 방안을 가득 채우는 땅고음악과 주황빛 불빛과 얕게 흐르던 먹냄새와 주체할 수 없이 배어나오던 나의 슬픔과 그에 공명하던 작가의 호흡과 그 모든 것들이 처럼 몽환적이고 묘했던, 나의 첫 번째 <스물아홉, 프로젝트>.

*
아름다운 재능과 깊은 애정으로 나를 그려준 말작가님에게 뜨거운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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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회적 기업가의 꿈
ichae-books - 2010 books | 10/07/29 20:05
▪ 그것은 '외자금융'이라든지 'MBA'라든지, 세상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브랜드에 연연하면서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네가 멋진 게 아니라 그 브랜드가 멋진 거야. 그 '멋있는 것'이 뒤를 받쳐줘야 겨우 멋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을 만큼 우습게 생각되었다.

▪ 이 나라에서는 뭔가 새로운 일을 하는 것 자체가 죄다. 설령 그것이 사회를 위한 일일지라도.

▪ "저는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습니다. 지역 만들기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여자한테도 관심이 있습니다. 어느 것을 선택해야 좋을지 잘 모르지만, 어쨌든 불합리한 일이 싫고 사회를 좋은 쪽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 처음에 꾸었던 것처럼 극적인 출발은 전혀 아니었다. 천 번쯤 노크하고, 엄청난 땀을 흘려서 얻은 결실이었다.

▪ "예를 들면 수년 전부터 '학대'라는 말이 미디어에 자주 오르내린 뒤로 학대 고발 건수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어요. 그것은 학대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뜻이 아니라, 물론 실제로 늘고 있을 수도 있지만 '저것이 학대가 아닐까'하고 신고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죠. '말이 인식을 낳고 인식이 행동을 낳고 행동이 변화를 낳는다'는 것이죠."

▪ 나는 젊어서부터 각종 자격증에 열을 올리거나 노후 계획을 세우는 인간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젊었을 때 준비해야 하는 것 그것은 기술이나 전문적인 지식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20대에 리더로서 한번도 행동해보지 못한 사람은 40대에 멋진 리더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젊었을 때 자신의 발상이 모조리 거절당한 사람이 50대에 창조적인 일을 주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렇다. 젊었을 때 길러야 하는 것은 시행착오에서 얻은, 나는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인 것이다.

▪ "물론 그렇습니다. 아버지도 진심으로 걱정하십니다."
"그럴 거야. 아버지가 걱정하시는 것도 부모로서 당연한 일이다." - 나는 의절까지 했지만-

▪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을 우리 같은 사회적 기업이나 NPO가 보완해가는 것이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입니다. ... 관공서는 기초적인 공적 서비스에 집중하고, 그밖의 일은 NPO같은 사회적 기업가에게 맡기는 분업 체제를 만들지 않으면 조만간 반드시 어려움을 겪을 것입니다.'

▪ 우리는 자신의 구나 시, 현의 행정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거의 아무것도 모른다.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결혼하라'고 잔소리 하는 부모님, 최근 전화도 없는 애인, 아들이 입학할 중학교, 꼴 보기 싫은 직장상사, 좋아하는 연예인이 발표한 새 CD 생각으로 머리속이 꽉 차 있다.

▪ 주민이 스스로 참여해서 지역을 만든다. 사회적 기업이 그것을 유도한다.

▪ '깨어난 개인'이 일을 시작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다.
나는 확신한다. 왜냐하면 나 같은 완전 아마추어도 도쿄 변두리에서 시작한 모델이 정책으로 자리 잡았고, 비슷한 사업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 지역을 바꾸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일로 이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를 바꾸는 것도 그림의 떡이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이 사는 지역을 바꾸기 위해 직접 행동하면 되는 것이다.

일본에서 사회적기업을 통해 병아보육이라는 새로운 사회 이슈를 끌어낸 젊은 기업가 고마자키 히로키의 책.
엄청 키득거리며 신나게 읽었다. 사회적 기업가를 꾸는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나의 행동으로 무언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어리석은 이들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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